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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부산

부산여행: 부산진구에서 추억길을 따라 걸어보자

by 러블리 앨리스, 호텔&여행 블로거 2017.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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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 나는 부산의 곳곳을 잘 모른다. 가끔은 외지 분들이 부산은 이런 것이 있다며? 이런 게 맛있다며? 라고 질문을 하지만, 음식은 나도 처음 들어보는 맛집...이라는 곳도 있기도 했다. 예를 들면 관광객들에게 OO돼지국밥이 유명하다는데 나는 처음 들어본 이름. 오히려 내 입에 잘 맞는 돼지국밥집이 따로 있다. 그렇게 외지인들과 나는 비슷한 점이 있기도 하고 차이가 있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산에는 많은 사람이 여행으로 많이 온다.

 

 오늘의 글은 그것과는 좀 다른, 누구나 핫하다는 그것 말고, 부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익숙하게 느꼈던 추억 길을 걸으면서 사진으로 찍어봤다.

 

 

 

1. 굴다리의 추억

나는 부산 서면에서 나고 자랐다. 당시 주택가가 몰려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차가 지나가는 곳이 많았고 기차가 지나다니는 아래 공간은 마치 굴과 같은 다리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흔히 "굴다리"라고 불렀다. 나 또한 집 근처에 굴다리가 있어서 추억이 많았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발견한 또 다른 오래된 굴다리를 알게 되었다. 정말 우연히 알게 된 곳이지만, 알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들 알고 있던 곳이었다. 나의 어릴 적 마을의 굴다리는 그 근처가 옛 모습을 잃은지 오래이지만, 우연히 발견했던 이곳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했다.

 

부암동 굴다리 지도보기

 부암동 굴다리로 알려진 이 굴다리 바로 옆에는 "굴다리 슈퍼"가 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본 슈퍼의 내부는 정말 오래된, 아주아주 어릴 적에 자주 들렀던 그런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서 정말 놀라웠다.

 

 아주아주 오래전 동네의 슈퍼란, 정말 작은 공간인데, 천장 높이도 매우 낮은 편인 것이 특징이다. 사진을 보면 슈퍼 앞에 서 있는 아저씨의 키가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슈퍼의 높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반전이라면 이런 슈퍼의 특징은 내부에 들어가면 기존의 땅보다는 약간 낮은 형태의 지반을 가지고 있어, 정작 그리 좁다는 생각을 그 당시에는 못했다. (딱 계단 하나 내려간 정도?!) 이것저것 많은 것을 파는 것이 슈퍼이다 보니 빼곡하게 내부를 채우는 각종 식료품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슈퍼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구나! 신기하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어요.

 

 어릴 적, 날씨가 추우면 슈퍼에 얼른 뛰어가서 호빵도 사 먹고, 더운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아이스크림 냉장고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그렇게 상체를 다 숙여 넣었던 기억도 나고, 할 일 없으면, 슈퍼 아줌마랑 이야기도 나누고 뭐 그랬던 기억들.

 

 

그런 슈퍼가 있는 곳 주위는 어김없이 주택가다. 골목이 많았던 기억들.

 

이곳 부암동 굴다리를 지나면서 몇 군데 보이던 골목길이 보여 사진을 찍었다. 어릴 적 기억 그대로 매우 좁은 골목이 굽이굽이 있어서 길을 잃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부암동 굴다리에서 진양 오거리로 걸어가면 또 다른 굴다리가 나온다. 현대적(?!)으로 정비되어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의 솜씨로 가득 찬 굴다리 내부의 타일이다. 지나가다, 잠시 멈춰서 아이들이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2. 부산하면 신발 아이가!  진양 사거리(진양 오거리) 지도보기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한국 사회의 산업에 대해서 배울 때 부산=신발이라고 할 정도로 강조되어 배웠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부산에서는 신발 공장이 유명하다는 것도 학교에서 처음으로 배웠다. 한때 재계서열 7위까지 올라갔던 진양화학(진양고무)은 지금은 그 자취를 조형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지금의 부산진구청과 근처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 전부다 다시 진양화학의 공장이었다고 한다. 부산은 1960~80년대까지 고무신의 메카였다고 할 만큼 많은 고무 공장들이 몰려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2의 임시 수도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이건 내 생각 ^^;) 그 덕분에 수많은 고무회사들이 꽤 많은 경쟁을 치르며 발전해왔다고 하니 자연스레 부산=신발이라는 공식이 생긴 것이다.

 

지금 진양사거리(진양 오거리라고도 한다.)에 세워진 황금 신발 조형물은 당시의 산업 유산을 의미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상징적으로 두었다.

 

 

3. LG그룹의 모태인 락회화학의 자리에는 "LG 사이언스 홀 체험형 과학관" 지도보기

 부산에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모태가 되는 장소들이 여러 군데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을 만든 장소가 부산 동천변이었고, 그와 양대산백으로 불리는 LG의 모태가 되는 곳도 현재 부산의 부산진구 연지동이다.

 

 내가 갔던 날이 일요일이어서....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LG 사이언스 홀은 체험형 과학관이라 나는 주말에도 운영하는 줄 알았다. (사전 정보가 없었다 ^^;) 운영은 월-토까지 가능하다고. 관람할 때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해야 한다. 당일 예약은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는 락희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영어 이름이 Lucky. 이름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락희의 첫 시작은 부산 서구에서 시작했고 근대식 공장은 부산 연지동에서 지었는데 지금의 LG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3. 부산을 대표하는 서점, 영광도서 지도보기

 2018년에는 창립 50주년이 된다는 영광도서다. 부산을 대표하는 서점 중 하나다. 몇 년 전에는 다른 서점이 폐점하면서 나는 영광도서 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컸지만, 이렇게 여전히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잘 잡아주고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

 

 나는 아주 어릴 적, 아침 TV프로그램에서 영광도서 앞에서 리포터가 지나가는 시민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다. 내가 자주 가던, 내가 잘 알던 장소가 TV에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나는 엄마 아빠를 부르면서 TV를 보라며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 아빠도 마치 잘 아는 지인이 나온 것처럼 미소지으면서 그 인터뷰를 보셨고. 그리고 그 당시 어렸던 제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영광도서까지 막 뛰어가면 나도 같이 TV에 나오려나?"

엄마의 대답은 " 지금 뛰어가도 늦겠다." 였다.

 

 매년 새 학기 시작되면 나는 문제집 사러, 지금은 읽고 싶은 새 책이 나온 것은 없나 싶어서 조사하러,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구하기 힘든 전공 서적 사러 가기도 했던 영광도서. 계속해서 이렇게 남아주면 좋겠다.

 

 

 영광도서는 그 자리에 50년째 그대로이지만, 그 주변은 많이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로가 깔끔하게 정비가 되었다. 그래서 때가 되면 지역 축제를 열거나 야외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걷다보면 다양한 식당들도 있어 배도 채울 수 있지만, 군데군데 눈에 띄는 문화 정보로 마음을 채우기도 하고, 개성이 강한 카페도 보여, 향을 채울 수도 있다. 그렇게 영광도서 주변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영광도서 주변에서 딱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지금도 그대로여서 여름에 좋다. 그것은 바로 영광도서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큰 나무들이다. 가로수들. 이 가로수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정말 크다. 그 덕분에 여름에는 늘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 가로수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영광도서와 함께 있으니 걷다가 잠시 벤치에서 쉬어보며 옛 생각을 해본다.

 

 사진에서 소개한 것과 다른 순서로 걷는 것이 편하다.

영광도서 - 부암동 굴다리 - 진양 오거리 - 연지동의 LG 사이언스 홀.

 

 이 코스가 화려한 코스는 아니지만 부산은 여전히 곳곳에 오래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코스다. 그래서 가끔은 그렇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는 개인의 오래전 추억도 있지만, 우리의 추억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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